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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잔의 쇼콜라쇼에 파리를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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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여행'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0.11.23 <오베르 쉬르 우아즈> 닥터 가쉐의 집 1
  2. 2010.10.08 <빠진 원고 002> 히야신스
2010. 11. 23. 00:43 65% Paris
오베르 쉬르 우아즈에는 고흐가 묵었던 여인숙 라부- 말고도 유명한 집이 하나 있다.
동네 외곽 낮은 언덕을 끼고 자리해있는 닥터 가쉐의 집이 그곳이다. 이 동네 지도 제일 왼쪽 끄트머리에 자리한 이 곳은 역에서 약 30분정도 걸어야 하는 위치에 있지만 작은 골목길의 옛 가옥들을 보면서 슬렁 슬렁 걷다보면 힘들이지 않고 찾을 수 있으니 꼭 한번 들러보는게 좋겠다.
나 또한 가쉐의 집 자체보다는 오가는 길에 봤던 오래된 집들과 그 열린 덧개문 너머로 사람들이 준비하는 점심메뉴의 냄새에 취해 훠이훠이 골목 골목을 누비던 것이 더 기억에 남는다.

내가 제일 좋아라했던 집. 벽돌의 색과 덧개창문의 민트색이 잘 어울리는 집이었다.
저 담쟁이로 뒤덮인 뒷집은 열어놓은 창문 너머로 맛있는 음식 냄새와 잔잔한 샹송, 그리고 두 부부가 사이좋게 점심을 준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주방안의 모습도 현대식 물건보다는 150년전 물건일법한 것들 일색이어서 가까이서 보고 싶었지만 이상하게 여길까봐 최대한 천천히- 통화했다.

뾰족한 다락방이 있을것 같아서 괜히 좋았던 빨간 대문 집... ^^

아무리 주말이라곤 해도... 가게 몇개 안되는 이 동네에서- 이렇게 근사한 식당이 문을 닫다니!!!!
옛날부터 있었던 곳인지, 어디선가 옛날사진으로 만들어진 엽서를 본 기억이 났다. 카. 여기 노천 테이블에서 맥주한잔 했으면 딱!! 이었는데. 흑.



아래는... 닥터가쉐의 거리 표지판.
왜그런지 고양이 모티브 그림과 낙서가 많다.

아아.. 너무 멋지지 아니한가!!!  우리나라도 파랗고 주황색 일색인 우레탄이나 방수제 안 바르고 이뿌게 했더라면... 그리고 한 마을당 한 디자인의 집만 쫙- 있게 하지만 않았다면..  꽤 멋졌을텐데 아쉽다.

소포는 그냥 던지라고 저렇게 작게 구멍을 뚫은걸까...

자자.. 가쉐의 집에 도착!
왼쪽 표시대로 따라가면 요런 집이 있다. (아래)
여기가 작은 안내소겸 티켓 판매소. 여기에서 4유로짜리 입장료를 구매하면 된다. 싼 가격은 아니지만 슬슬 둘러보며 그 당시 시대상을 알 수 있는 박물관 관람이거려니 하고 보면 꽤 볼게 많다.

이번엔 살아있는 고양이가.... -0- 길을 막고 한참을 서있더라..
집 뒤쪽에 커다란 산이 붙어있는데, 그 길게 깍인 산 아래 틈에 창고가 있었다. 문은 닫혀있었고, 한쪽은 말이나 소를 키웠을 법한 외양간도 있었다. 가쉐가 살았던 후로는 마치 아무도 건드리지 않은 것처럼- 지금이라도 누군가가 연장통을 들고 나와 말을 끌고 밭으로 나갈것 같았다.


당시 닥터 가쉐가 쓰던 나무 테이블. 손재주가 좋았던 닥터 가쉐는 직접 만드는 물건도 많았다고 하는데 이 테이블도 그가 만든건지는 의문이다.

이건 집 옆길로 나가는 계단. 뒷문역할(뒤는 산으로 막혀있으니 우회해야 했을듯)을 하는 곳 같다.

자! 이제 바깥을 둘러봤으니 내일은 닥터 가쉐의 집 안으로 들어가 볼까요!!! 네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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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sygo
2010. 10. 8. 00:25 ETC...

# 히야신스

히야신스 hyacinth

::: 백합과에 속하는 구조식물의 하나로 백, 분홍, 적, 자색 계통의 꽃이 방망이 모양처럼 됨.

 

볕 좋은 일요일 오후, 파리가 처음 시작된 시테섬으로 건너갔다. 기원전 3세기에는 작은 어촌이었을 이 곳이 지금은 1800개 이상의 명소와 157개의 미술관, 145개의 극장과 380개의 영화관이 있는,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도시의 심장부로서, 그 심장부의 가장 센터에 꽃시장이 형성되있다.

좌안에서 우안으로 건너다닐때 자주 봤던 플라워 마켓이었는데, 한번도 안쪽까지 들어가 본 적은 없었다.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강가쪽까지 크고 작은 전나무를 진열해 놓았었다. 제일 작은 나무라도 하나 사보려고 했지만, 생각보다 비싼 가격에 번번이 미루다가 결국 크리스마스가 지나버렸다.

콩시에르주리(Conciergerie)건너편,  Pl Louis-Lepine 에 초록색 빛깔의 외벽을 한 큰 하우스 모양의 건물이 다 플라워 마켓이다.

1808년부터 시작된 이 꽃시장은 파리에서 아마도 가장 오래되고, 아마도 가장 큰 꽃시장이라고 한다.

몇일간 내려가 있던 기온이 올라서 그런지 다른 날보다 꽃 구경하러 온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월요일빼고 매일 문을 여는데, 보통은 식물들과 간단한 정원 인테리어 소품들을 많이 팔고, 일요일에는 재주 부리는 새와 작은 물고기, 거북이 등등을 팔기도 한다.

작은 월귤나무, 허브, 서양란, 히야신스, 채 못팔고 남은 크리스마스 리스까지 다양한 꽃들이 각 상점의 가판대를 빼곡이 채우고 있었다.

몇 군데의 상점을 그냥 지나다가, 문득 파리에서 탐구생활 한 꼭지를 늘 차지하던 알뿌리 식물 키우기에 도전하고 싶었다.

방학때마다 가끔은 양파를, 가끔은 감자를, 가끔은 히야신스를 키웠었는데, 늘 뿌리가 통으로 썩어나가거나, 채 꽃이 피기도 전에 잎 끝이 누렇게 변했던 겨울 방학 숙제를 여기에서 만회해보고 싶었다.

뜬금없는 생각이었지만, 방안에 하나 정도 살아있는 식물을 두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

통로 중간쯤, 인심좋아 보이는 아줌마가 서있는 꽃집에서 발을 멈췄다.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히야신스 하나를 집어 들으며 찬찬히 살펴보니, 이미 꽃이 핀 히야신스는 보라색으로 색이 고왔지만 너무 많이 개화되서 얼마 못가 다 질것 같았다.

아직 봉우리만 맺혀있고 꽃은 개화하지 않은 히야신스중에서 제일 봉우리가 많아 보이고 싱싱해보이는 녀석을 하나 골랐다.

샌드위치보다 저렴한 2.50유로... 동전을 세서 아줌마의 손바닥에 올려놓고, 하얀색 히야신스 하나를 받아들었다.

 

집에 가져와 조심조심 작은 그릇안에 담아놓고 하루 한번씩 물을 주면서 키워나갔다. 미미라는 이름도 붙여주었고, 잘 지내보자고 인사도 건넸다.

다음 날, 약 10개의 꽃봉오리가 터져 방 안가득 상큼한 향을 내뿜더니, 다음날에 또 다른 10개의 꽃봉오리가 톡.톡. 터지며 꽃을 피웠다.

그렇게 5일 정도가 지나자, 닫혀있던 모든 봉오리에서 눈부신 흰색 꽃들이 피어올랐고, 향기도 절정에 올랐다.

아침마다 책상에 앉아 코를 킁킁거리며 향을 음미했다. 음악을 들려주고 잎을 닦아주었던 아니었지만, 아침 저녁으로 인사를 해대고, 물을 주면서 지낸 지 10일.

미미는 점점 그 순백의 화이트빛을 잃어갔다. 처음 꽃봉오리를 터트릴때보다 더 빠른 속도로 갈색으로, 갈색으로 변해갔고, 꽃 모양 그대로 버석하게 건조돼갔다.

물을 주고, 조금 더 따뜻한 곳으로 자리를 옮겨주고, 낮엔 볕이 잘 드는 곳에 두었는데도, 나의 보잘것 없는 노력탓인지, 어느 날 집에 돌아와보니 온통 갈색 꽃으로 이루어진 미미가 무거워진 꽃봉오리 가지끝을 노트북쪽으로 살짝 드리우고 있었다.

 

갈색으로 변해버린 미미를 그대로 버리진 못해, 계속 책상 한쪽, 가장 밝은 곳에 두고 서울에 올 때까지 말을 걸었다.

물론, 마지막 짐싸는 날- 미미는 가차없이 여러번 꿰어신었던 양말들과 함께 쓰레기통에 통째로 쳐박히고 말았지만, 방에서 혼자 히야신스를 기르며 소일거리 삼았던 10일동안은 친구가 없어도 하나도 지루하지 않았다.



시테섬 꽃시장에서 사온 작은 히야신스 화분 하나로- 열흘가량 혼자 놀았다.
방이 작아서, 꽃이 피면서 뿜어져 나오던 그 아련한 향기는 아직도 코끝에 머물러 있다.
지금이라도 양재동이나 서오릉 꽃시장에 가면 구할 수 있는 히야신스겠지만...
아마도 꽤 오랫 동안은 기억속에 남아있는 잔향의 추억만으로 만족해야겠다.



posted by isygo